■ <책 소개글>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고대부터 동아시아 3국 중 종주국의 역할을 놓친 바 없으며, 유학을 비롯한 아시아의 전통문화와 문명을 주도하면서 5천년 역사를 우리와 함께한 나라였다. 한때 우리는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적 있으나, 성리학적 유교 이념을 통치이념으로 삼은 조선 건국 후 구한말까지 중국은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민족에 압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 영향은 다른 모습과 내용으로 우리 곁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근대자본주의가 동아시아에 도입된 이후 중국은 내전과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계의 주요국가로 부상했고, 공산주의 정치체제임에도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적극 수용하면서 지금은 모든 면에서 이른바 G2의 하나로서 미국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고대부터 스스로 세계의 중심(中華)이라 주장해 온 중국은 최근에는 다른 차원에서 세계의 중심을 지향하면서 이를 실현하는 구체 방안으로서 '일대일로'를 세계에 선언했다. 일대일로는 과거 육상무역로에 한정됐던 '실크로드'를 해상으로 확대하여 아시아-아프리카-유럽 3대륙을 잇는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스스로 그 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중국의 국가전략이다. 중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세웠고(2014) 이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세계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2050년에 완성되는 중국의 거대한 프로젝트는 왜 2000년 전 실크로드의 원형을 토대로 추진되고 있을까? 동아시아 극동에 위치한 우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어떻게 연관되고 있을까? 실크로드의 원형을 되찾기 위해 중국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2000년 전 실크로드가 민간 중심으로 개척된 무역로인데 반해,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실크로드는 어떤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수민족 국가와의 분쟁, 작지 않은 영토를 갖고 있음에도 중국 공산정부의 실질적 지배 아래 있는 티베트와 위구르 지역민들의 저항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이 책은 이런 물음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답하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발견한 것을 토대로 정리한 답변들이다. 사실 이 책은 중국 대륙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서부지역을 우리 자동차로 직접 탐사하기 위해 길을 떠난 한 방송프로듀서의 기행문이다. 그런데 서부지역이란 것이 티베트와 위구르는 물론, 파키스탄, 인도 등 일상적 분쟁 대상국들과 국경을 마주하는 지역이어서 여전히 폐쇄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곳이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사)한중자동차문화교류협회의 현광민 회장은 이를 풀어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민간인이다. 현 회장은 중국 문화담당 총국 관계자들과 수십 년간 쌓은 교류와 친분을 토대로 불가능에 가까운 서부중국여행을 우리 자동차로 탐사할 수 있는 자격(?)을 오래전에 취득했다. 이 책은 현 회장과 두 달 동안 동행하면서 중국서부지대를 돌아본 결과를 정리한 탐사 보고서다. 탐사 초기 저자는 서부지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 행복했다. 돌이켜 보면 저자의 이번 탐사는 두 번짼데 2004년 현 회장과 함께했던 첫 탐사에서는 서부지역 전체를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발 시점의 저자는 당연히 낯선 자의 눈길로 서부지역을 바라보려 했었다. 그러나, 탐사기간 내내 그의 눈에 든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중국의 형태가 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변형은 티베트와 위구르 등 중국의 서부지대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것은 티베트와 위구르 등 서부대지역을 완전하게 중국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거침없는 욕망이었으며, 그 욕망은 탐사 출발지인 산동반도의 끝자락(제남)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저자는 탐사 전체 기간 동안 ‘일대일로’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실현되고 있는지 현장을 직접 본 것이다. 저자에게 가장 큰 충격은 중국 정부의 ‘티베트 침공’이었다. 티베트 현지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모든 사업들은 궁극으로는 중국동화정책의 다른 이름이며, 티베트 사람들의 경제상황개선을 위한 중국 정부의 총체적 지원과 투자는 티베트로 이주한 한인들의 구체적 이익으로 언제나 귀착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티베트 인민의 정신적 기둥인 티베트 불교, 전통 사원들과 승려들은 20세기 중후반에 펼쳐진 중국정부의 종교탄압의 영향으로 이제 스스로 버티고 설 의지마저 잃어가고 있음을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정치탐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티베트의 장례 풍습인 ‘천장(天葬)’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기행 중 만난 티베트인들의 오체투지와 순례 모습도 담담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또 티베트와 위구르 곳곳의 절경을 보여주며, 거기에 서린 역사적 기원과 아름다운 신화를 감정이입 없이 조용하게 들려준다. 해발 5000미터를 넘나드는 고지탐사 중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극한의 고소증세도 빼놓지 않았다. 이 책은 기록으로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저자는 현장에서 채록한 자신의 기록과 객관적 자료를 철저하게 대조한 후 이를 역사, 지리적 사건으로 소개한다. 실크로드를 발굴하여 세상에 알린 서양의 고고미술학자들의 이면에는 이들이 약탈해 간 문화재가 무수하게 있음을 고발한다. 이른바 ‘오타니 컬렉션’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오타니도 중국 곳곳의 문화재 약탈 주체 중 하나임도 확인한다. 외국인 도굴범들 중에 일본의 오타니 탐험대와 독일의 고고학자 르콕, 그륀베델은 특히 욕을 많이 먹는다. 석굴사원의 벽화를 칼과 톱으로 무자비하게 떼어내 일본과 유럽으로 밀반출했기 때문이다. 석굴들은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약탈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는 석굴에는 잔인한 역사가 아직도 남아 있다. 키질석굴의 유물을 무참히 약탈한 이는 탐험대라는 미명하에 계획적인 도굴을 했던 독일의 알베르트 르콕(Albert Von Le Coq, 1860~1930)과 그륀베델(Albert Grünwedel, 1856~1935)이다. 지금도 벽에 남아 있는 칼자국은 모두 르콕과 그륀베델 일당이 남긴 것이다. (본문 ‘키질천불동’ 중) 반면, 저자는 바로 이곳에서 중국 문화재의 원형보전에 생애 한 시절을 바친 조선인 학자를 확인하고 그의 삶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키질석굴이 우리에게 더 뜻깊게 다가온 것은 르콕이 훼손한 작품들을 묘사하여 복원한 이가 조선인이기 때문이다. 그 역사적인 인물을 만나려면 10호굴로 가야 한다. (중략) 누구인가? 바로 키질석굴의 석굴벽화 복원 작업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족 동포 화가 한락연(韓樂然)이다. 항일운동가이자 화가, 고고학자라는 특이한 이력의 주인공 한락연(1898~1947 ). 그의 본명은 한광우로 지린성(吉林省) 룽징(龍井) 출신이다. 3 .1 운동과 임시정부에 참여했던 독립운동가였으나 보다 적극적인 항일투쟁을 위해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면서 사회주의자가 된다. 중국 공산당의 배려로 일찍이 상하이미술전문학교와 프랑스 루브르예술대학에서 수학한 엘리트였다. (중략)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1937년 유럽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후 우한(武漢)과 충칭, 시안 등지를 돌며 항일지하조직 활동에 헌신한다. 그러던 중 1940년 공산당 활동으로 국민당군에 체포되어 3년간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출옥 후 1944년 란저우에 비밀공작을 위해 왔다가 운명적으로 키질석굴 벽화의 복원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1946년부터 천불동 벽화를 모사를 시작으로 69호굴까지 발굴한다. 안타깝게도 1947년 6월,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기까지 제국주의 국가의 도굴에 의해 훼손되고 약탈당한 석굴의 미술품들에 대한 모사, 연구, 기록, 발굴뿐 아니라 석굴의 개수를 정리하는 일련번호를 만들어 석굴벽화 복원 작업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에서는 ‘중국의 피카소’로 추앙받지만 우리에게는 잊혔던 독립운동가 한락연은 신장과 둔황 벽화를 조사, 연구를 책임진 중국미술사의 대가이기도 했다. 붓으로만 일제에 저항하지 않고 행동하는 투쟁가로 활약한 흔치 않은 사람이다.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그는 우리에게 낯설다. 이처럼 현장을 직접 탐사한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신뢰할 만한 자료 대조를 거쳐 객관화하는 저자의 능력은 25년 넘게 다큐멘터리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방송프로듀서 이력의 축적으로 보인다. 저자는 지금도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사에서 고참PD로 일하고 있다. 천생 여행가임을 부인하지 않는 저자는 알프스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유명한 ‘뚜르 드 몽블랑’을 수차례 답사한 후, 가이드의 조력 없이도 체력만 되면 이 코스를 완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친절한 가이드북 『뚜르 드 몽블랑』을 출간한 바 있다. 그가 두 번째 출간하는 이 책도 그의 심성처럼 친절하다. 그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담긴 내밀한 욕망과 이 욕망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고도 친절한 목소리로 책에 담았다. 현광민 회장은 ‘중국정부가 이 책을 계기로 서부지역탐사를 허가하지 않을지 모르겠다’는 암울한 전망도 했다. 일대일로의 현장과 티베트, 위구르의 아픔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자. 일대일로와 우리나라의 연관 성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에 대해 작가 조정래 선생의 말로 대답하고 있다. “중국이 강대해지는 것은 21세기의 전 지구적인 문제인 동시에 수천 년 동안 국경을 맞대온 우리 한반도와 직결된 문제이다.”(소설 『정글만리』 중에서) 『헬로! 티베트』는 앞으로 유사한 내용과 형식의 책이 다시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귀한 책이다. ■ 저자소개
글을 쓴 백민섭은, 1990년대 초부터 제일기획, iTV, OBS 경인TV에 재직하면서 정통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현직 프로듀서이다. 30년간 허영호, 엄홍길, 한왕용 등의 산악인과 함께, 세계의 유수한 산들을 등정하는 원정(Expedition)을 가장 많이 참가했으며 관련 산악다큐멘터리를 20여 편 제작했다. 티베트를 자동차로 일주했으며 실크로드도 두 번 왕복했을 정도로 세계의 오지를 두루 섭렵한 아웃도어 전문가로 그동안의 노고와 경험을 바탕으로 ‘헬로! 티베트’를 집필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