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지역어의 접미파생법 연구 > 국어국문학

본서는 연변 지역에서 쓰이는 원 함북 경원 지역어(함북 육진 방언에 속함)의 접미파생의 양상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이 지역어의 접미사 목록을 작성하고 각 접미사의 형태, 분포와 의미 기능을 살핀다.

접미사에 대한 연구는 단어형성론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접미사는 접두사에 비해 그 종류가 많고 어기와의 결합을 통하여 새로운 단어의 형성에 빈번하게 참여하여 무수히 많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금까지 표준어의 접미사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져 왔으나 어느 특정 방언의 접미사에 의한 파생을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은 업적은 그렇게 많지 않다. 방언자료에서는 문헌자료에 나타나지 않는 많은 언어자료들을 찾을 수 있으므로 그 어떤 언어의 경우에서든지 언어의 발달사를 과학적으로 해명함에 있어서 문헌자료에 대한 연구와 함께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한국어 방언에 대한 연구는 한국어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한국어의 단어형성에 대한 전체적인 양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특정 방언의 단어형성에 대한 연구도 폭넓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방언마다 단어형성 과정이나 규칙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서에서 연구대상으로 삼은 접미사에 의한 파생어 형성에서도 마찬가지로 방언마다 파생접사의 목록 및 파생어 형성 규칙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본서는 한국어 방언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이질적인 요소를 많이 지닌 고립 방언으로 알려져 있는 함북 육진 방언에 속하는 경원 지역어를 중심으로 파생접미사에 의한 단어형성 과정을 살펴보려 한다. 함북 육진 방언은 음운, 어휘, 문법 면에서 고어(古語)의 형태가 많이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 파생어 형성 연구에서는 종합적이고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본 연구는 전(全) 함북 방언 나아가서는 한국어 방언의 형태론적 연구, 한국어의 통시적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또한 파생접미사를 중심으로 한 기타 방언과의 비교 연구에도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필자는 태어나서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줄곧 연변 지역에서 살며 함북 방언에 기초한 연변 지역어를 써 왔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연변 지역어 외에 중국에서 쓰이는 한국어의 다른 방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었다. 간혹 우리와 억양이 다른 말투를 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막연하게 그들을 ‘남도치’ 혹은 ‘안쪽 사람’이라 불렀던 기억은 있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연변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을 통해 중국에서 연변 지역어 외에도 한국어의 여러 방언들이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휴대폰이 보급되지 않았던 때라 저녁이 되면 공중전화기 앞에는 항상 고향 집이나 친구에게 안부전화를 하는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얼떨결에 들었던 친구와 아버지와의 통화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뭐? 친구가 아니라 아버지였어?”, “아버지에게 반말을 한다고?”......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이런 의문들도 해소되었고 중국에서 쓰이는 여러 방언들에 대해 알아 가게 되었다. 무슨 수업이었던지, 어느 선생님이었던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방언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들었던 예문 “덩거당에 던기불이 번떡번떡한다”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함북 방언 나아가 연변 지역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원 과정에 입학하여서부터였다. 한국어 방언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이질적인 요소를 많이 지닌 고립 방언으로 알려져 있는 함북 육진 방언은 음운, 어휘, 문법 면에서 고어의 형태가 많이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 파생어 형성 연구에서는 종합적이고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실정으로부터 출발하여 필자는 함북 방언에 기반을 둔 연변 지역어의 접미파생의 양상을 밝히는 것을 학위논문 주제로 잡게 되었다. 바로 방언조사를 진행하였고 오랜 방황과 시련 속에서 기나긴 집필 과정을 거쳐 논문을 완성하였다. 이 책은 바로 2016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제출하였던 박사학위논문을 수정하고 보완한 것이다.

방언의 파생어 형성 과정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단어형성에서의 파생법의 문제들을 더 심도 있고 폭넓게 기술해보고자 큰 결심을 하고 시작하였지만 지식의 한계와 능력 부족으로 해당 방언의 접미사 목록을 작성하고 각 유형별 접미사들의 실현양상을 고찰하고 그 특징을 밝히는 데 그쳤다. 이 연구가 전 함북 방언 나아가서는 한국어 방언의 형태론적 연구, 한국어의 통시적 연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파생접미사를 중심으로 한 기타 방언과의 비교 연구에도 기여하는 바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비록 졸저이지만 이렇게 책으로 출간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은혜를 입었다. 우선 한국어에 대한 이론적 틀을 가르쳐 주시고 한국어학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해 주신 중국 연변대학교 조문학부의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특히 고 전학석 선생님은 필자가 석사학위논문을 위해 찾아 뵀을 때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신 고마운 분이다.

그리고 석, 박사 과정 동안 필자를 지도학생으로 받아 주시고 세심하고 엄격한 학문지도와 함께 생활상의 어려움까지도 헤아려 주신 송철의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한국어학의 일반이론으로부터 시작하여 한국어학에 대한 연구의 기초를 잡아주셨으며 학문함에 있어서는 늘 엄격함과 철저함을 강조하셨다. 또한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필자를 포함한 유학생들에게 스터디를 해주셨으며 항상 배려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선생님을 통하여 학문 연구의 방법과 자세뿐만 아니라 따뜻하고 너그러운 인성까지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석, 박사 과정 동안 필자는 여러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가르침을 통하여 한국어학에 눈을 뜨고 공부하는 방향과 방법을 알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멋진 강의로 넓은 학문의 세계와 학자의 모습, 학문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 주시고 학문의 세계로 인도해 주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를 드린다. 유학생들을 따뜻하게 대해 주시고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헤아려 주신 이익섭 선생님, 송기중 선생님, 이상억 선생님, 늘 학문적인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최명옥 선생님, 이현희 선생님, 김성규 선생님, 논문을 읽으시고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 주신 김창섭 선생님, 김현 선생님, 구본관 선생님, 소신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히 흔쾌히 필자를 지도학생으로 받아 주시고 학위논문을 완성할 수 있게 도와주신 정승철 선생님께는 고맙기 그지없다. 선생님의 깊은 배려 덕분에 끝이 안 보이는 터널 같던 기나긴 유학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본서가 책으로 나올 수 있게 큰 도움을 주신 장소원 선생님과 한재영 선생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어려운 형편에서도 긴긴 시간 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부모님과 유학공부의 길을 열어 주고 학문의 길에서 정진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고 의지가 되어 준 언니에게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이 모두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본서의 출간을 기꺼이 맡아 주시고 단행본의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잘 다듬어 주신 신구문화사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2022년 12월

李春英

ㆍ분 야

: 국어학

ㆍ저자

: 이춘영

ㆍ발행일

: 2022년 12월 30일

ㆍ크기

: 신국판

ㆍ정가

: 20,000원

ㆍ쪽수

: 304

ㆍISBN

: 978-89-7668-271-0